다른 이야기 2012. 2. 6. 19:26

이 포스트는 2010/06/30 작성한 것을 재탕(…)한 내용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나? 명절 때 친척들에게 받은 돈을 모으고 모아─엄마한테 만 원 더 타서─5만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완구점에 가서 4만 9천 원짜리 장난감을 덜컥 사버렸다. 그것도 원래 사려던 장난감이 팔려서 충동구매한 것이었다.

  문제는 엄마한테 장난감 산다는 소리도 안 하고 집을 나온 것. 새로 산 장난감으로 친구 집에서 정신없이 놀던 날 저녁이 되어 아버지께서 태우러 오셨다. 어린 마음에 커다란 장난감을 웃옷 속에 숨기려던 5학년 초딩의 계획은 무모하기 그지없었고 결국 아버지에게 들통 나고 말았다. 순간을 벗어나려는 미봉책이었을까? 그 상황에서 나는 배시시 웃으며 2만 원짜리였다고 뻥을 쳤다. 그 장난감을 필두로 쓸데없이 산 물건들이 아직도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건데 내가 만약 그 돈으로 2만 원어치 책을 샀다면 부모님께서 얼마나 기특해했을까? 어휴~

  뜬금없지만 일단 지르고 보는 내 성격은 '누님의 영향'때문일지도 모른다. 누난 어릴 적부터 내가 마음먹고 사려는 것에는 모두 백이면 백 「무조건 안 돼!」라고 반대했다─누나가 찬성해 산 물건은 거의 기억이 없다, 최근에 구매한 '위(Wii)'를 제외하곤. 가장 가까운 혈연인 누나가 그렇게 나오다 보니 뭘 살 때 부모님과 상의해 본 적은 더욱 없다. 뭐, 지금 보면 누나가 반대할 만한 물건만 샀구나 싶지만, 어릴 땐 갖고 싶은 물건을 못 사게 하는 누나가 정말 미웠다.

  며칠 전에 한 문신도 사실 고민은 꽤 오래 했어도 부모님이라던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해보지 않고 혼자 '질러 버린' 감이 있다. 그러다 보니 그냥 팔에 낙서나 상처겠거니 했던 가족들은 기겁했다. 솔직히 나도 이제 성인이니 내 행동에 책임질 나이는 됐다고, 날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문신은 돈도 돈이고─이번에도 5만 원 주고 했다고 뻥 쳤다, 초딩 5학년 때나 11년이 지난 지금이나 난 똑같은 멍청이다─ 가족에만큼은 미리 말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후회한다. 특히 누나는 처음엔 좀 놀라도 나중엔 슬쩍 자기도 하고 싶다 하더라.

  요즘 '법정' 스님의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 문득 든 내 망상의 결론은, 내 지름에 태클을 걸어 줄 존재가 필요하다는 거다. 당시엔 손에 넣지 못하면 죽을 것처럼 괴로웠던 것들의 가치가 지금은 다 부질없는 먼지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내가 무엇을 지르고 싶어할 때, 이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내게 필요한 것인지 참언해 줄 사람이 내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나중에 내가 무슨 어마어마한 짓을 생각 없이 저지를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Posted by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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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구야 날자 2012.02.06 2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추진력이 있다고볼 수도 있겠죠

  2. Konn 2012.03.19 2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돈이라는걸 관리하려면 절제와 결단이라는것이 꼭 필요한거같습니다. 쓰지 말아야할곳에 돈을 쓰는것을 막아줄 절제와, 꼭 필요한것에 써야할때 쓰는 결단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