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이야기 2012. 1. 31. 22:12
이 포스트는 2011/06/03 작성한 것을 재탕()한 내용입니다.


  '돈까스'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다. 어릴 적 돈까스는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어린이 날이나 성탄절 등의 기념일이면 우리 가족은 조금 떨어진 동네에 있는 레스토랑─안타깝게도 지금은 문을 닫았다─에서 돈까스를 먹었다. 정장 차림의 웨이터가 서빙하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의 경양식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숙연해졌으나 나는 왠지 그게 마음에 들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프와 간단한 샐러드가 에피타이저로 나오고, 식사를 밥과 모닝 브레드─버터와 딸기 잼이 함께 나왔다─ 중에 택하는 것은 돈까스가 나오기 전에 치르는 의식처럼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드디어 나온 돈까스는 언제나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데미그라스 소스가, 옆에는 주방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정성스런 가니쉬가 있었다. 서툰 나이프 질로 돈까스를 한 덩이 잘라 입에 넣으면 깊은 맛의 소스와 바삭하고 촉촉한 돈까스의 맛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흐뭇했다. 그래, 그 시절의 돈까스는 참 맛이 있었다. 아니, 그 돈까스의 맛에는 우리 가족이 다 모여 마냥 행복하게 식사하던, 마음이 가장 넉넉했던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난 여전히 그 맛을 찾아 돈까스를 먹고 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순 없다는 걸 알지만.


Posted by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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