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2012. 2. 2. 09:49
이 포스트는 2010/09/10 작성한 것을 재탕(…)한 내용입니다.




(1) 감독

말이 필요 없다, 2008년 최고의 뮤직 비디오인 '비욘세(Beyoncé)'의 『Single Ladies (Put a Ring On It)』을 제작한 '제이크 나바(Jake Nava)'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이미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와 2004년에 『My Prerogative』를 통해 만난 바 있는데,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결혼식 장면이 흡사 '호손(Hawthorne)'의 『젊은 굿맨 브라운(Young Goodman Brown)』 속 악마들의 엄숙한 세례식을 재현한 듯 인상적이었다. 또한 어떤 뮤비보다 브리트니의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자태를 잘 살린 뮤직 비디오였다. 『If U Seek Amy』의 뮤비에서 감독이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것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번 뮤비 속 브리트니의 유난히 검고 진해 보이는 아이라인에서 드러나는 퇴폐미는 이제까지 섹스심벌로서 그녀가 보여준 섹시함과는 분명 다른, '새로운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제이크 나바는 그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멋진 작품 하나를 추가한 셈이다, 물론 브리트니는 말할 것도 없고.

(2) 노래와의 연관성

『If U Seek Amy』란 노래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가사가 지닌 '언어유희'이다. 이 장치를 이해 해야만 비로소 뮤비와 노래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비의 후반부에 「All of the boys and all of the girls are begging to if you seek amy」라는 가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이다. 이 문장의 해석이 힘든 이유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한 'If you seek amy'라는 말이 지닌 유희 때문인데, 이를 본래 뜻과 상관 없이 발음 나는대로 읽으면 'If[이프] you[유] seek[씨─] amy[케이미],' 즉 'F-U-C-K me'처럼 들리게 된다. 따라서 가사의 뜻은 「All of the boys and all of the girls are bagging to F-U-C-K me(모든 연놈들은 나와 자고만 싶어 하지)」가 되는 것이다.

스타를 열렬히 사랑하는 척하나 실은 스타가 가진 것을 이용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길 원하는 대중의 속물근성을 비판하는 이 가사─한때 유투브에서 유명했던 '크리스 크로커(Chris Crocker)'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는 브리트니라는 대표급 가십 걸이 노래하는 조롱섞인 자전적 호소이다. 영리하게도 제이크 나바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재미있는 뮤비를 완성했다. 대중에겐 없는─그래서 오히려 갈망하는─ 스타의 도덕적이고 고아한 이미지들이 실은 전부 가식과 거짓이며, 가려진 커튼 너머의 음침하고 문란한 그들의 타락을 폭로하는 것이 바로 이 뮤비의 핵심이자 주제다─그는 『If U Seek Amy』가 가사에 충실해 '에이미(Amy)'라는 여성을 찾아 헤매는 그저 그런 뮤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환상적으로 저버렸다. 결국 노래와 뮤비 모두 대중과 스타,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이 두 대상이 지닌 '양면성, 혹은 이중성'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다루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3) 특징

이 뮤직 비디오의 묘미는 누가 뭐래도 '반전'이다. 술에 절어 널 부러진 남녀들과 뒤엉켜 춤을 추는 브리트니의 뮤비에 대한 첫 반응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또 그냥 벗고 나왔구나」, 이는 괜한 트집이라기보다 섹스심벌로서 그녀 스스로 축적해 온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동시에 부정할 수 없는─ 결과이다. 그러나 브리트니는 그런 반응을 향해 제대로 스트라이커 펀치를 날린다. 반나체의 댄서들과 집단난교와 문란한 변태쇼를 벌이던 그녀는 2분 10초에 눈부신 햇살 속에서 순결한 '천사'로 변신한다. 댄서들 사이를 가정주부로 변한 브리트니가 파이를 들고 태연히 지나가는─마치 타락한 마귀가 득시글대는 지옥 길을 성모 마리아가 배회하는 것만큼이나 아이러니한─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순간 정신이 멍~ 해지게 만든다. 정말로 근사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자상한 남편과 『Baby… One More Time』 때 자신의 복장을 한 딸과 함께 서서, '검은 비밀'이 담긴 미소를 파파라치를 향해 날리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장면보다 무시무시하다.

뮤비는 마치 브리트니의 비밀을 파헤치는 몰카처럼 저화질의 캠으로 촬영된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를 위해 사용된 주파수 잔상과 노이즈 효과가 비밀스럽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재밌는 건 그녀가 '천사'로 변해 집밖으로 나온 후에는 이런 영상효과가 사라지고 깨끗한 화질의 화면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코나미의 유명 호러 게임, 『사일런트 힐(Silent Hill)』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었다─게임에서 캐릭터는 현실과 악몽 같은 '이면 세계'를 넘나드는데, 이면 세계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노이즈 효과가 현실로 돌아오면 모두 사라진다. 이는 각종 부도덕한 향락의 온상인, 브리트니의 저택과 밖의 현실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데, 여기서 우리는 저택 안팎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언뜻 안팎의 상황이 '어둠과 빛'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깨끗한 화면 속 현실의 모습도 그닥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완벽해 보이는 저택 밖 브리트니의 가정은 영화, 『스탭포드 와이프(The Stepford Wives)』 속 인물들처럼 인간성이 결여된 가식덩어리처럼 묘사되며, 끊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파파라치의 모습은 저택 안에서 뒹구는 남녀들만큼이나 역겨움을 유발한다─이쯤되면 허물없이 자신의 욕망을 온전히 드러내는 저택 안의 삶이 오히려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셀러브리티의 삶이란 이렇듯 개인적인 삶도 사회적인 삶도 '지옥'이라는 걸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걸까.

(4) 베스트 컷

① 뮤비의 인트로와 엔딩에 삽입된 뉴스 신은 실제 '폭스 뉴스(Fox News)'에서 『If U Seek Amy』의 가사가 지닌 선정성을 고발한 내용을 그대로 패러디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때 노래의 '클린 버전'이 새로 나온다는 루머까지 돌았으나 마지막 아나운서의 멘트─「Doesn't make it sense, isn't it?(말도 안 되네요, 그렇죠?)」─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일단락됐다.


② 브리트니가 블라인드를 통해 들어오는 빛조차 경계하며 조심스레 창 밖을 살피는 장면이다. 저택 내부의 음산한 어둠과 블라인드 사이로 희미하게 들어온 빛이 어울려 몽환적이면서도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화려함에 감추어진 자신의 추악한 사생활이 행여 파파라치를 통해 드러날까 두려워하면서도 '내면의 이중성'을 즐기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뮤비의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한 신.


③ 거실에서 벌어지는 변태쇼 장면이다. 쿠키를 파는 걸 스카웃 비슷한 차림을 한 여성 댄서들이 브리트니와 춤을 추는 가운데, 남성 댄서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이를 구경하고 있다. 나는 이 장면─계조가 들쑥날쑥한 영상과 현란히 움직이는 댄서들의 동작─을 보자마자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에 나오는 초고속 섹스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장면이 정확하게 무엇을 묘사한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여기에 쓰인 효과들이 만들어낸 표현력은 그런 생각조차 날려버릴 정도로 강렬하다.


④ 브리트니가 천사같은 주부의 모습으로 분하는 반전 장면이다. 실내를 가득 채운 햇살 속에서 그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마치 「이런 건 예상 못했지?」라며 뮤비를 보는 시청자를 천연덕스럽게 비웃는다. 이 충격과 공포의 장면이야말로 뮤비의 대미.


Posted by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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