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2012. 2. 3. 19:23
이 포스트는 2011/04/01 작성한 것을 재탕(…)한 내용입니다.




  난 'GD'의 『Heartbreaker』를 좋아하지 않는다. 소위 '빠순이'라 불리우는 막강한 팬덤을 등에 업고 성장한 아이돌 중심의 가요 시장과 지성은 사라지고 지식만 남은 대중의 무분별한 소비 세태로 말미암은 병폐적 결과물이 바로 이 곡이기 때문이다. 뭐, 더 말하면 이 카테고리의 목적에서 벗어날 터이니 이만 줄이고 뮤비 이야기나 해보자.

  이런 답답한 노래에서도 희망은 있었으니, 바로 '서현승' 감독의 뮤직 비디오다─아마 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보나마나 이 곡을 한 번 듣고 꺼버렸을 것이다. 서현승 감독의 『Heartbreaker』 뮤비의 주목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세트 배경'이 첫 번째요, 다음으로 '카메라 워크, 마지막으로 '청각의 시각화'이다.

(1) 세트 배경

야외가 아닌 세트 촬영의 가장 큰 이점은 구상한 컨셉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 감독은 탁월한 연출 감각을 발휘하고 있는데 각 씬마다 어느 하나 그냥 넘어갈 것이 없을 정도다. 다분히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에서─주인공 '알렉스(Alex)'의 얼굴에서부터 서서히 줌 아웃해가는─'코로바 밀크 바(Korova Milk Bar)'씬을 연상시키는 '사과나무 밑 테이블' 장면은, 'G-Dragon'의 앨범 내 '사과'라는 독특한 컨셉을 집약해 보여주고 있다. 『Heartbreaker』의 뮤직 비디오에는 '하얀 색과 파란 색, 그리고 붉은 색'이 의도적으로 반복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이 장면에서도 하얀 배경과 파란 테이블, 그리고 사과 나무의 붉은 빛이 강렬한 색체 대비를 이루며 뮤비 내 베스트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의 인상적인 컷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베스트 컷은 따로 있다, 바로 '하얀 천이 휘날리는 세트'이다. 사실 이 세트의 오리지널리티를 따지기엔 너무 식상하고─보자마자 '코다 쿠미(Koda Kumi)'의 『Juicy』를 떠올렸다. 노래와의 관계를 생각해도 다소 생뚱맞은 감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간단한 세트만으로 화면을 현란하게 연출하는 아이디어, 그 자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발상의 전환만으로 심심한 솔로 컷이 화려하게 바뀌지 않았는가. 이런 아이디어는 후에 그가 맡은 『Can't Nobody』의 뮤직 비디오에서도 유감 없이 사용되고 있다.

(2) 카메라 워크

댄스 넘버의 뮤직 비디오라면 안무 씬이 빠져서는 안되는 법. 여기서도 서 감독의 실력은 드러 난다. 바로 카메라 워크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인데 뮤비 내에선 아무리 화려한 안무라도 연출이 부족하면 밋밋해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네가 날 떠나간다고 난 인정 못한다고 잘 사나 보자고」부분에서 카메라는 대각선으로 기울어 지며 안무의 맛을 살리고 있다. 또 바로 이어지는 「지긋지긋지긋해 삐걱삐걱삐걱대」부분에선 안무에 맞춰 점층적으로 줌인하면서 역동적인 느낌을 더한다. 없어서는 안되는 안무 씬이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씬을 단순 편집이 아닌 카메라 워크로 살린다는 것 또한 중요한 스킬일 것이다.

(3) 청각의 시각화

'청각의 시각화,' 말그대로 청각적 요소인 음악을 시각적인 영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트로에서 오디오 스펙트럼을 연상시키는 배경을 보면 노래의 메인 멜로디를 이루는 비트에 맞춰 상승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연출을 선호하는데 이는 청각을 시각화하는 뮤직 비디오, 고유의 순수한 목적에 부합함은 물론 따로 음악만 감상했을 때 자칫 빠뜨릴 만한 요소들을 재발견하는 재미까지 선사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뮤비를 보다 보컬이나 메인 멜로디에 묻힌 비트음이나 리듬을 발견하고 곡에 대한 환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짜릿함'을 제공하는 것이 뮤직 비디오의 부가가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서 감독은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뮤비 감독 중 한 명이다. 물론 최근 '2NE1'과 'Big Bang' 등 'YG' 소속 가수들의 계속된 선전 덕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Lexy'의 『화장을 고치고』 때부터 축적해온 그의 경험과 노하우가 빛을 발한 결과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의 작품 속에선 가수와 음악 모두가 살아 숨쉬며 나름의 존재감을 발한다. 그래서 내가 그의 『Heartbreaker』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Posted by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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